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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개벽 제9호 편집후기
    계간 다시개벽 2023. 5. 16. 12:16

    『다시개벽』 제9호는 창간 제2주년 특집호인 만큼, 우리 잡지의 문제의식 가운데에서도 오늘날에 특히 중요한 주제를 다루기로 하였다. 그것은 ‘새로운 자연 개념의 모색’이다. 현재의 기후 위기는 인간의 머릿속에 오래 자리하여 온 자연 개념과 평행 관계에 있다. 서구의 전통적 사고방식은 물질과 정신, 자연과 사회·문화의 이분법 속에서 자연을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였다. 그 이분법에 따르면 자연은 정신을 지니지 않는 물질일 뿐이고 오직 인간에게만 정신이 있으며, 그러므로 인간의 정신활동에 근거한 사회와 문화는 자연과 완전히 다른 것이다. 물질일 뿐인 자연은 철저히 수동적인 것이고 인간에게만 있는 정신은 철저히 능동적인 것이므로, 인간의 사회와 문화가 자연을 마음대로 통제·조작·파괴ㆍ착취하는 것은 정당한 일이 된다. 이와 같은 사고의 틀은 자본주의 산업문명의 세계화에 따라서 전 세계 인류의 머릿속에 퍼져나갔다.
    정신에 의하여 철저히 조작되어야만 하는 물질로서만 자연을 바라보는 사고방식. 사회나 문화에서 이용되거나 통제되어야 하는 원료로서만 자연을 바라보는 사고방식. 이러한 사고방식은 예를 들어 공장식 축산업을 정당화하고(동물은 인간이 아니라 자연 즉 물질이므로), 공장식 축산업에서의 대량 탄소 발생과 막대한 곡물 소비는 지구 온난화와 전 세계적 식량 위기를 초래하지 않는가. 이처럼 기후 위기와 기존의 자연관은 평행 관계에 있으므로, 기후 위기의 극복이라는 과제는 완전히 새로운 자연관을 모색하는 일과 떼어놓을 수 없을 것이다. 서유럽과 한국 등지에서 기존의 자연관과는 전혀 다른 자연관을 활발하게 모색하고 있는 까닭도 이와 같은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서유럽의 경우로는 해러웨이, 화이트헤드 및 그의 사유를 계승한 샤비로 등의 새로운 자연관을 소개하고자 하였다. 한국의 경우로는 서구 전통의 자연관과 그 한계를 넘어서는 자연관을 동학과 기학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홍박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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